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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남포미술관전시 '여덟 개, 그림자의 남쪽'/예술대학 미술학부 작성일 2013-04-25 ㅣ 조회수 3657

여덟 개, 그림자의 남쪽(The Southern Slopes of 8 Shadows) 

시각 예술분야 신진 예술가의 주축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전도 유망한 작가들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그들을 지도한 교수들도 함께 참여하는 전시회가 국토 남단의 다도해를 마주한 전남 고흥의 남포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 전시는 성곡미술관 2회, 춘천 미술관에서 1회 개최되었고, 올해로 3년 째 4회를 맞이하여 재기 넘치는 국민대학교 기반의 신진 작가와 대학원생, 디자이너들을 미술관 무대로 등용해 주는 효율적이고 건강한 제도적 프로그램이다. 이는 다양한 창작 환경을 경험해야 하는 작가들일지언정 무엇보다도 미술관에서의 활동이 주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신진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알려온 남포미술관의 역할과 노력에도 물론 부합되는 기획전시이다.

계열별 전공에 따라 익히는 표현 매체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국민대학교는 미술, 디자인 및 건축 분야에서 선진적인 예술 교육을 제공하는 명문 미술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을 받아들이며 짜임새 있는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일찍 발돋움하기 시작한 예술대학 미술학부와, 창의적 발상을 제고하는 표현력과 확고한 예술성을 키우는 정평 있는 디자인 교육으로 국내 대학 최상위권을 다투는 국민대 조형대는 확고한 위상을 정립했다. 이는 이미 졸업생 중 상당한 수 배출된 유망 작가들이 예술 현장 일선에서 작가, 디자이너 또는 기획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예술 현장의 목소리에서 높은 비평적 평판을 받고 있음으로 반증되고 있다. 국민대 예술대학과 조형대학을 망라한 시각예술 분야 8개 학과 135인 아티스트의 참여로 이루어진 이 전시는 사제간, 동문간 예술가의 길을 함께 걸어 가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수도권에 비해 현대미술과 문화 체험 활동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은 전남 동부 지역의 관객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지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이다.

근대미술의 최고 인기작가 중 한 명, 작가 천경자가 대표적인 이 지역의 인문 교양 예술적 소양과 전통은 역사적으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광주를 비롯한 전남의 대표적인 대도시들에 비하여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미술의 조류와는 좁히기 어려운 거리가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쉽게도 인근의 문화적 배경 도시인 순천과 산업 단지와 함께 급성장해 온 여수, 광양의 통합 인구인 75만여 명 인구의 맹렬한 문화적 욕구가 2012년 여수 해양 엑스포를 통해 분출할 기회도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과 만나는 예술 활동의 접점이 최근에 들어서야 GS 칼텍스가 설립한 첨단 시설의 아트 센터인 '예울마루' 등 연고 대기업들의 투자와 후원으로 하나 둘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시각예술의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고등교육기관도 매우 부족하여, 매스 미디어의 지원 아래 파급되는 소비적인 대중문화의 영향력에 비해 문화의 종자를 키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 지역 예술 문화를 자생적으로 발생시켜 나가기가 어려운 모래사장 토양이다.

특히 고흥의 자연 환경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온통 압도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경관에 둘러 쌓여있다. 지중해를 닮은 푸른 바다와 전경과 근경 사이의 시야를 먹의 번짐과 같이 겹겹이 가리거나 열어주는 다도해의 섬들이 보여주는 절경은 다른 어떠한 해경 풍경도 무색하게 한다. 거기에다가 20세기 초 망국의 설움과 함께 시작되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한센인들의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섬 소록도, 한국민들의 염원을 실어 최초의 우주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첨단 우주 과학 기술의 상징인 나로 우주센터가 불과 차로 수십 분 이내의 거리에 공존하는 유일무이한 특이성이 있다.


여덟 개의 그림자가 멀리 한양에까지 이르렀다는 전설이 이름의 유래 중 하나인 팔영산(八影山) 의 남쪽 기슭 아래에 자리잡은 남포 미술관의 시작은 이제 10주년을 맞이한다. 교통망의 확장과 주민 감소, 시골 인구의 노령화 등의 이유로 학생수가 급감함에 따라 영남중학교는 폐교되었고, 그 직후부터 남포미술관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 째라는 말이다. 오랜 기간 동안 문화 소외지역이었던 고흥 반도의 시민 관객들에게 현대미술의 전파지 일뿐만 아니라 넓은 지역의 문화센터의 역할을 담당하여 단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과거 호젓하고 아담한 시골 중학교의 교정과 교실이었던 학교의 시설들은 더 현대적으로 보수되었고 쾌적하게 잘 가꿔진 야외 조각전시장으로 탈바꿈하였다. 옛 학교는 아름다운 고흥을 넘어 전남 동부권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이자 간판 문화 시설로써 성공적으로 변신하였고, 수도권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고흥의 지역 한계의 악조건을 훌륭히 극복해 온 성공적인 운영에 대한 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관계 기관의 합당한 평가와 찬사도 잇따르고 있다.

곽형수 관장의 선친이자 영남중학교의 설립자인 곽귀동 선생의 아호 남포(南浦)를 이어받은 남포미술관은 다도해의 청청 해역과 접해 있고, 바다로 뻗어나가는 땅의 기운을 뽑아 올려 머리에 인 듯한 여덟 거석 봉우리의 팔영산은 큰 바위 얼굴처럼 멀리 남쪽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역사와 만나고 광대한 자연과 우주를 잇는 공간과 만난다. 그리고 깊은 슬픔이 베어있는 소록도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예술을 통해 치유하고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술 체험 프로그램으로 발견한다. 우리는 남포미술관이 지금까지 행해온 것처럼 지역민의 사랑을 받으며 농사지으러 밭에 가던 동네 할머니가 하시라도 편안하게 들어설 수 있는 그런 '행복한 미술관(Happy Museum)'이 더 많이 필요하다. 지역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 거주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이야 말로 '우리들이 행복한 미술관'의 궁극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독특한 아이디어가 담긴 기획과 참여의 방안이 모색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행복한 미술관은 그렇게 서로 추억을 나눠 갖는 공간이어야 한다.

'팔방미인', '사방팔방', '팔도강산'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8'이라는 숫자는 완전한 전체이자세계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산 정상의 거대하고 둥근 바위들이 거대 조각 군상처럼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팔영산 남쪽에는 남포미술관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신진의 시기는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이제는 '무엇을 위해 예술을 하는가?'로 전환되어야 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박력 있는 실천력과 행동이 더 절실하고 더 어울린다. 사회에 대한 예술가의 역할과 활동의 폭을 넓히는 예술가들의 역할 모델을 소록도 사람들의 무너진 인권과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미술 치유의 과정으로 극복하도록 애쓰는 미술관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가의 젊음이란 이토록 연령이라는 숫자로 가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예술 행동의 실천력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초대일시 / 2013_0403_수요일_11:00am
1부 / 2013_0403 ▶ 2013_0417
2부 / 2013_0418 ▶ 2013_0502

원문보기 : http://neolook.com/archives/20130405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