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대학원 _ 조형대학

벽산빌딩은 김수근이 마지막으로 설계한 작품이다. 건물이 설계될 당시 김수근은 병원에 입원 중이었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병원에서 설계를 체크 받았다. 서울역 광장에 면해있는 이 대지는 남산의 경관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광장에서의 정면성 뿐 아니라 남산의 경관을 가리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는 배치가 택해졌다. 서울역 광장을 무지막지하게 가로막고 있는 대우빌딩과 같은 건물의 배치와 조형방식은 피해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광장에서의 정면성은 북서향으로, 사무실의 주향은 남향, 가로에서의 정면은 북향, 주 진입구는 동향이 되어 사방이 모두 정면의 성격을 갖도록 하였다. 배치상 북쪽의 가로를 이 건물이 막는 결과가 되어 남북방향으로 건물의 일부를 뚫어 필로티를 두고 이 필로티는 지하철역과 연계되어 동자동 재개발지구의 유입 동선으로도 사용될 수 있게 고려되었다. 또한 대지의 경사가 심한 것을 활용하여 메인 홀은 가장 높은 지면을 따라 동쪽 진입을 택하여 3층에 두고 근린시설은 죽측의 진입구로 연결한 2층과 3층에 두고 근린시설은 북측의 진입구로 연결한 2층과 지하철 입구와 연결한 1층 및 지하 1,2층에 배치하였다. 건물의 형태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특징져진다. 하나는 수직으로 심하게 굴곡이 있는 매스이다. 이것은 엘리베이터 실, 계단, 화장실과 같은 사무실의 서비스 공간을 한 데 모아서 대지의 모양에 따라 대칭적으로 매스를 분할한 것으로, 건물의 수직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역동적이면서도 독특한 조형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알루미늄으로 된 수평의 띠이다. 알루미늄이라는 재료를 사용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금속재료가 주는 날카롭고 차가운 점은 살려주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여 친근감을 주려고 한 점이다. 이것은 김수근이 고층 건물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의 인본적이고도 자연주의적인 경향을 반영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김수근 건축론, 정인하』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