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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이 1960년대 후반에 지은 건축물 가운데 특이한 점을 보이는 몇가지 작품이 있다. 그것은 제헌회관과 원서동 구인회씨댁, 신일학원 캠퍼스 계획, 그리고 KIST본관으로서, 이들은 모두 유걸이 실무를 맡아서 진행하였다. 여기서 특이하다고 언급한 이유는 건축적인 이미지의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건물이 조형적 작위성을 갖기 보다는 시스템적인 성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KIST건물은 불규칙하게 놓여 있는 ‘+’자형의 기둥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의 이미지는 후에 설계하게 될 퐁피두센터 입면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출발은 전현 다른 데서 이루어졌다. 즉 조형물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짜면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연구활동을 지원하게 될 컴퓨터실과 도서실, 연구소 커뮤니티 기능을 담당하게 될 강당과 식당, 그리고 사무실 기능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라는 요구들을 충분히 분석한 다음, 그것을 구조적인 시스템과 연관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초기의 안은 사무실 영역과 서비스 스트럭쳐를 분리하여, 구조적 역할을 하는 내력벽을 만들고, 오피스는 그것에 의해 분리된 공간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당시 건물의 형태를 두고 건축가와 정부의 심한 마찰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권위적이고 기념비적인면이 부가되어 변형되었다. 
『김수근 건축론, 정인하』발췌